말레이시아: 퍼헨티안 섬에서의 다이빙

수심 8미터에서 방향을 틀어 반짝이는 노란점박전갱이 무리 한 가운데로 천천히 표류하듯 헤엄쳤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물에 몸을 맡긴 채 이동했다. 금빛 안개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물고기는 태연하게 나를 바라봤다. 몇 시간 전, 나는 코타바루 (Kota Bharu, 말레이시아 클란탄(Kelantan)의 주도(州都)—역자) 야시장에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까지 왔으면 우선 퍼헨티안 섬(the Perhentian Islands, 쁘렌띠안 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역자)으로 가서 다이빙을 하라고 권유했다. 매운 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비워내며 들은즉슨, 퍼헨티안 섬의 따뜻한 저녁은 동남아 최고의 다이빙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퍼헨티안 섬의 작은 열대 천국과 아담한 해변을 간단히 즐기고 나서 말레이시아 북쪽으로 이동해 태국으로 넘어가 다이빙을 배울 계획이었지만, 그들의 권유대로 일단 퍼헨티안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퍼헨티안 베사르와 케실 (Perhentian Besar and Kecil, 퍼헨티안 섬은 큰 섬 하나와 작은 섬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섬을 ‘퍼헨티안 베사르’ 혹은 ‘큰 퍼헨티안’이라하고,  작은 섬을 ‘퍼헨티안 케실’ 혹은 ‘작은 퍼헨티안’이라고 부른다—역자)은 말레이시아 해안으로부터 20킬로미터가 못 되게 떨어져 있는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 있으며 말레이시아 플라우 르당 (Pulau Redang) 국립 해양 공원의 일부이다. ‘큰 퍼헨티안’ 에 고급 리조트들이 밀집해 있는 반면, ‘작은 퍼헨티안’은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퍼헨티안 케실 롱 비치의 아름다운 아치형 백사장 (사진: 나타샤 본 겔던).

코타바루 근처의 어촌인 쿠알라베숫(Kuala Besut)에서 보트를 타고 퍼헨티안 케실의 롱비치(Long Beach)에 도착했다. 정글과 코코넛 나무로 둘러싸인 아치 모양의 백사장이 펼쳐졌다. 소년들은 여행객들과 함께 비치발리볼을 즐겼고, 작은 무리의 색색깔 고기잡이 배들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짚을 엮어 만든 지붕 아래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그리고 다이빙 강습소가 있었다. 태국으로 가려던 본래의 계획을 취소하고, 이 곳 퍼헨티안 섬에서 파디오픈워터클래스(파디(PADI)는 미국의 전문다이빙강사협회(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로, 이 협회 135,000여 명의 다이빙 강사들이 전 세계 6,000여 개의 장소에서 관광객들 및 현지인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고 있다. 오픈 워터 클래스는 초보자를 위한 다이빙 수업이다—역자)에 참여하기로한 것이 그 때였다. 다이빙 수업 첫 날, 관련 책을 읽고 안전 사항을 숙지했다. 오후가 되기 전에 다이빙 강사, 그리고 또 한 명의 수강생과 해변가로 걸어 내려갔다. 솔직히 말해서 첫 날 강습을 마친 후, 난 다이빙 배우기를 관두려고 했었다. 마스크와 호흡기는 잘 다뤘다. 문제는 바다 속으로 겨우 몇 미터 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부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거였다. 즉, 물 속에서 나의 잠수 깊이를 조절하기 위한 숨쉬기 기법을 익히는 데 힘이 들었다. 내 다리와 몸은 계속 수면 쪽으로 둥둥 떠올랐고 이러다 잠수병에 걸리는 건 아닌지 거의 공황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어떻게 다이빙해야 보트에서 바다 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난 굴하지 않았고 수업 넷 째 날, 드디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담당했던 다이빙 강사의 인내심 어린 교습과 그 간의 연습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잔물결을 만들어내며 소용돌이치는 말미잘, 백열전구와도 같이 푸르른 빛을 뿜어내는 해저… 앞으로 헤엄쳐나가자 바다 속 동굴 안에서 거대한 곰치가 이빨을 드러내보였다. 하얀 몸에 검은 점박 무늬를 가진 곰치가 내 얼굴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어쩌다 우연히 내 앞을 지나친 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헤엄쳐 가기 전에 내 눈을 마주하고자 용기를 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경외심에 젖은 내가 자수정색 산호들이 밀집한 구역을 따라 헤엄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쥐치무리의 출몰에 다이빙 강사가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코를 중심으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외모를 가진 쥐치는 날카로운 이빨로 산호를 씹어먹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 속의 아름다움에 취한 내게 무서울 것은 없었다. 해안가 근처에서 잠수를 했기 때문에 해수(海水)가 미지근한 목욕물처럼 따뜻했다. 에메랄드 색을 띄는 투명한 유리단지 안에서 수영을 하는 느낌이었다.

퍼헨티안 섬의 바다와 해변에서 고기잡이 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나타샤 본 겔던).

퍼헨티안섬에서 좀 더 멀리 나가 르당(Redang)섬이나 랑텡가(Lang Tengah)섬까지 여행한다면 ‘바다의 사원(the Temple of the Sea)’ 혹은 ‘슈가렉(Sugar Wreck)’과 같은 유명한 장소에서 다이빙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다이빙을 마치고 해안가로 돌아왔다. 밀짚모자를 쓴 어부가 모래사장에 앉아 고개 숙여 그물을 고치고 있었다. 내 살갗을 어루만지는 오후의 실바람을 업고 무지개색 돛을 단 호비캣(Hobie Cat, 돛이 두 개 달린 뗏목과도 같은 배를 이용한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동력 해양 스포츠로, 요트보다 쉽고 서핑보다 안정감 있다—역자)보트가 선체를 반쯤 세운채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잠깐의 황혼이 지나가고 퍼헨티안 케실의 저녁이 오면, 배낭여행객들이 불쇼를 보기 위해 롱비치에 모여든다. 불타는 공 혹은 막대기 저글링, 파이어 포이(Fire poi, 일종의 쥐불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불을 이용한 대표적인 퍼포먼스들 중 하나로,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체인 끝에 매달린 심지에 불을 붙여 돌리면서 각종 모형 혹은 글자를 만들어낸다—역자), 불뿜기 등의 퍼포먼스를 감상한다. 웃고 떠들며 휴식을 만끽하는 관광객들의 행복함이 넘쳐났다.

퍼헨티안 케실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 (사진: 나타샤 본 겔던).

퍼헨티안 섬에서의 마지막 날, 롱비치 반대편의 해안가에 있는 산호해변과 바나나 플렌테이션을 통과하는 정글길을 걸었다. 해변 오두막 레스토랑들이 몇 개 있었다. 열대 섬의 살구색 일몰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다이빙 강습을 받은 곳은 퍼헨티안 섬의 터틀베이(Turtle Bay Divers)였다. 하지만 해변을 따라 각 지점마다 다양한 다이빙 강습소들이 있기 때문에 각자에게 적합한 강사와 수강료를 제시하는 다이빙 수업을 찾을 수 있다. 3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가 다이빙 시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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